흑인 최초의 메이저 리거 재키 로빈슨 [4월의 전설이 된 남자]

흑인최초의 메이저리거인 잭 루즈벨트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은 메이저리그 30개 전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하였고, 매년 4월15일은 메이저리그 전 선수들과 코치진, 심지어는 심판까지 42번의 등 번호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선다.

 

재키 로빈슨은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다. 원래 메이저리그에서는 흑인도 뛸 수 있었다. 하지만 1887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구단주 겸 선수이자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캡 앤슨의 선동으로 흑인선수를 모두 쫓아내면서 내셔널리그를 비롯한 프로리그에는 ‘흑인선수 불가’라는 불문율이 만들어졌다.

 

 

재키 로빈슨이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재키 로빈슨의 실력이 뛰어나서만은 아니었다.사회에 만연해 있던 흑인에 대한 편견을 야구에서부터 깨고자 했던 것은 당시 브룩클린 다저스의 구단주 브랜치 리키(1881~1965)였다.

 

아브라함 링컨에게 빠져 있었으며, 대학 코치 시절 팀의 유일한 흑인선수가 당하는 고통을 옆에서 생생히 지켜보면서 반드시 인종의 벽을 허물겠다고 결심했던 리키 브랜치는 흑인들의 리그였던 니그로리그에 브라운 다저스라는 팀을 만든 다음,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에서 함께 뛰었던 조지 시슬러와 함께 강력한 정신력과 인내심을 가진 흑인선수를 물색한다. 그 선수가 바로 로빈슨이었다. 리키는 로빈슨에게 ‘어떠한 모욕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선수를 원한다’며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1947년 4월15일, 마침내 로빈슨은 1887년 이후 아무도 넘지 못했던 인종의 벽을 깨고 60년 만에 나타난 흑인선수가 됐다. 2만7000명 에베츠필드의 관중석에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러 온 흑인 관중이 1만4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즈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으로 칭한 로빈슨은 팀 동료들로부터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노장 외야수 디시 워커는 앞장서서 로빈슨을 쫓아내야 한다는 탄원서를 만들기도 했다. 로빈슨은 원정경기를 가더라도 동료들과 떨어져 흑인 전용 숙소를 이용해야 했으며, 그의 우편함은 매일 협박 편지로 가득찼다. 상대 투수들과 수비수들, 주자들은 로빈슨에게 고의적으로 테러를 가했다. 일부 심판들은 세이프도 아웃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로빈슨은 그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물 뿐이었다.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로빈슨에게 배달되는 편지는 대부분 ‘그라운드에 나오면 총으로 쏴버리겠다’는 협박 편지였다. 이에 대해 다저스의 동료 진 허마스키는 농담 삼아 “우리가 모두 42번을 달고 나가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로빈슨은 “그렇더라도 나를 알아보게 될 걸”이라며 웃었다. 이는 훗날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에 원하는 모든 선수들이 42번을 달고 나올 수 있는 이벤트의 바탕이 됐다.

 

재키 로빈슨이 있었던 10년간(1947~1956) 다저스는 6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며, 1955년에는 창단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다저스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황금시대’였다. 또한 다저스는 로빈슨 덕분에 엄청난 흑인 팬을 확보할 수 있었다. 로빈슨은 강타자라기 보다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에 가까웠다.

 

 

출중한 수비력과 함께 특히 베이스런닝의 센스는 타이 콥에 버금갈 정도였다. 로빈슨은 협살 상황에서도 자주 목숨을 건져 상대를 허탈하게 만들곤 했다. 또한 그는 1루수, 2루수, 3루수, 좌익수 등 언제나 팀이 원하는 곳에 가서 뛰었다.

 

1997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로빈슨의 데뷔 50주년을 맞아 42번을 메이저리그 최초의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제정했다. 최초의 흑인선수, 최초의 흑인 올스타, 최초의 흑인 MVP, 최초의 흑인 명예의 전당 헌액자. 위대한 선수이기 전에 진정한 영웅이었던 그에게 주는 후손들의 작은 선물이었다.

 

 

1965년 6월, 83살의 리키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던 도중 쓰러졌다. 리키 브랜치가 마지막 강의에서 강조한 것은 ‘남과 다른 생각을 할 것’ 그리고 ‘도전을 멈추지 말 것’이었다.

 

Luck is the residue of design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

– 리키 브랜치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